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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가는남자 | 아날로그 기계가 드러낸 반복과 사유의 흔적… 갤러리 수 <이중적인 진심을,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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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가는남자 | 아날로그 기계가 드러낸 반복과 사유의 흔적… 갤러리 수 <이중적인 진심을, 그대에게>

파란 청소솔이 달린 긴 나무 밀대가 열심히 앞뒤를 오가며 흰색 바닥을 긁어댄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해진 구간을 성실히 오가는 밀대는 사실 요란한 철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기계의 일부다. 그 바닥에 수북이 쌓인 가루 덩어리는 반복된 기계 동작에 밀려난 물감 부스러기다. 한적한 삼청동의 고요한 정적을 깨고, 시골 정미소의 소란스러움을 불러낸 현장은 지난 9일 갤러리 수에서 개최된 전시의 한 장면이다. 투명한 유리 쇼윈도 밖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손 없는 붓질쇼를 펼친 작품은 모두 한진수 작가의 새로운 키네틱 신작인 <액션 페인팅 Action Painting> 연작이다. 작품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의 주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실제 작업과 다를 바 없는 결과로 탄생한 작업물의 결과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그의 주변을 둘러싼 잡다한 사물을 예술의 재료로 끌어와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 지난해 뉴욕 전시 (<Karma Study>, Marc Straus 갤러리) 이후 크기를 더 키운 새로운 신작을 처음 선보였다. 작품은 바닥에 누운 흰색 캔버스의 중앙을 반복해 굵직하게 긁어대며, 기계식 반복과 사유의 흔적을 드러낸다. 전시 벽면, 녹색 회로 기판에 붙은 빨간색 숫자판이 반짝이며 기계의 노동을 누적된 수치로 보여준다. 작가는 기계 매커니즘을 최소화한 로우 테크 (Low Tech) 작업으로 기계적 ‘우연성’을 드러내며, 우리 사회 속 변화하는 인식과 개인의 유동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표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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