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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허상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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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인 신발장, 그 위로 하얀 재가 쌓였다. 화초 위에도, 서류더미 위에도, 파인애플 위에도 하얀 재가 한가득이다. 오랜시간 동안 인간의 흔적이 닿지 않은 듯, 정지된 화면위로 세기말적 감성이 지나간다. 중국 치링허우 대표작가 지저우(Ji Zhou)의 ‘더스트’ 시리즈다.

서울 종로구 팔판로 갤러리수는 중국 1세대 관념사진의 뒤를 이어 자연과 도시를 주제로 작업하는 지저우 작가의 개인전 ‘스펙타클’을 개최한다. 치링허우(70後)대표작가로 꼽히는 지저우는 자신이 생각한 개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설치작업을 먼저 완성 한 뒤, 이를 사진으로 촬영한다. 특히 ‘더스트’ 시리즈는 자신이 고안한 오브제 위에 하얀 시멘트를 곱게 갈아 뒤덮는 복잡하고도 품이 많이드는 작업 끝에 완성된다.

파리 유학시절 당시, 바로 옆 집이 전소 회색빛의 재로 소멸하는 장면을 목격한 작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모순을 느꼈다. 그때부터 진실과 허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현대사회에 살아가면서 우리가 접하는 모든 관계, 모든 정보에 의문을 품게 됐다. 진실한 삶에 대한 욕망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설치작업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사진으로 찍는 것도 진실과 허상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일상에서 보는 광경일 수도 있지만 카메라로 프레임 안에 가두면 느낌이 달라진다. 마치 우리가 사는 게 쇼의 일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시엔 ‘더스트’ 시리즈말고도 신작 콜라주 ‘그린하우스’, ‘파크(Park)’, ‘픽션(Fiction)’도 나왔다. 살아있는 식물을 한자리에 모아서 보는 온실에 대해서 작가는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온실을 여러차례 방문,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이를 재질이 모두 다른 종이에 프린트해 오려 붙여 평면 설치작업으로 구성했다. 내 눈앞에 존재하는 온실이지만, 그 구성은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가짜다.

현실과 가상,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 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전시는 내년 1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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